겨울 백두산 여행기

겨울 백두산 여행기 - 긴강

심양에서 밤기차를 타고 12시간을 달려 안도현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3월과는 달리 아주 편안하고 따뜻한 한밤을 차안에서
보내구 역에서 내려 25인승 미니버스를 타고 다시 2시간 반을
달려서 이도백하라는 장백산 아랫마을에 도착해 베이스캠프를
차렸지여.
조선족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두릅나물, 돼지고기 볶음과
김치찌게로 밤새 굼주린 배를 채우고 등산 채비를 갖추었죠.
여자들 둘이서 간다고 다들 걱정을 해주더군여.
이도백하에서 짚차를 렌트해서 40여분 정도 달리니 장백산이
시야에 들어오더군여. 눈으로 꽁꽁얼어붙은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길을 조심스레 달렸지여. 이곳의 기사들은 겁이
없지여. 우리 마음만 조심스러웠지 사실, 기사 아저씨는
상태가 좋은 아스팔트위를 달리듯이 질주했으니까여.
산 입구에서 산지기 공무원과 차량진입문제로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고 헬퍼를 한 사람 사서 다시 눈덮인 산길을
달려 장백폭포입구에 다다랐죠. 가는 도중에 기사가 갑자기
경적을 크게 울리며 차를 멈추길래 우린 약간의 긴장을
했는데 알고보니, 국가대표급 스키선수들이 이곳에서 우리가
달리는 길을 횡단하는며 훈련을 하는데, 어느 순간에 나타날지
몰라서 잠시 정지하는 거라 그러더군여.
우리네의 인공으로 만든 잘 정돈된 스키장과는 다른 천연의
공간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달리며 스릴을 만끽하는 중국의
스키선수들을 상상해보았지여. 만날수는 없었져.
폭포 입구에는 천연 온천이 있어서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르고, 한켠에서는 계란장사가 온천수에 계란을 익혀
판매를 하고우린 그 계란으로 힘을 비축하고 드디어 산에
오르기 시작했져. 산바람이 따갑다길래 산 입구에서
산악등반용 부추를 빌려 신고, 내복을 두벌씩 입고,
온몸을 얼굴만 나오게 무장을 하고 산에 올랐지여.
얼마 가지 못해서 우리는 발을 옮길 수가 없었져.
무릎을 넘어서 때로는 엉덩이까지 차오른 눈 땜에.
헬퍼가 길을 내주면 우린 그곳을 조심스레 밟으며 앞을
향했져. 발에 조금만 힘을 주면 엉덩이까지 눈속에 묻히는게
일수거든여.
소나무 님은 자꾸 눈속에 파묻히더군여.
이런곳에서도 저의 롱다리는 실력발휘를 잘 해서인지
그런일은 드물었죠....ㅎㅎㅎ
그렇게 한참을 걷고나니 장백폭포가 그 웅장함을 감춘채
그저 기다란 얼음기둥처럼 서 있더군여.
그 안에는 생명력있는 폭포의 흐름이 있겠지여.
폭포의 오른편으로 노정을 정하고 산에 오르는데 한켠에서
먼저오른 사람들이 80도 경사진 곳을 썰메타듯이
내려오더군여. 보기엔 정말 재미있어 보였지여.
헬퍼가 삽을 이용해 눈 계단을 만들어주고 우린 그 곳에
의지해 걸음을 옮겼지여. 한 발을 옮기고 나서 뒤돌아보면
그 발자국이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지여.
바람에 날리는 눈조각들이 얼굴에 닿으면 바로 얼음으로
변해서 눈동자를 제외한 얼굴 전체가 얼음으로 포장되기도
했지여. 마치 영화 K2를 촬영하는 기분...
폭포를 둘러싸고 좌우로 뻗어있는 아름답고 웅장한 백두산
줄기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아니 볼 수가 없었져,
눈 바람땜에.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는데 왠 동굴이 나오더군여.
여름에 왔을때 한참 공사중이던것이 바로 이 동굴이었나
봅니다. 여름이라면 3명 정도가 같이 걸을 수 있는 너비의
동굴인데 지금은 굴 안에도 눈이 쌓여서 한사람도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굴이되고 말았지여.
한점의 불빛도 없이 굴안의 밧줄에 의지해 어둠을 뚫고
그저 앞으로만 걸었는데 한참을 오르니 가끔씩 빛이
들어오기도 하더군여. 원래는 3,4m간격으로 동굴창을 뚫어
놓았는데 눈이 그곳으로 들어와 동굴의 빛을 차단하고
굴안에도 눈으로 가득차게 되었더군여.
40분 정도 굴안에서 헤메다보니 어느덧 장백폭포의 머리위에
올라와 있더군여. 이곳에서야 비로소 겨울산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마음으로 느낄수 있었지여. 원래 이곳은 중국이
아닌 우리의 산이었다는 것도...
백두에서 한라까지......
굴 밖으로 나오니 다시 눈바람과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손과 얼굴은 이미 감각이 없어지고 그냥 뻣뻣한 나뭇가지와
나뭇잎 같더군여. 그래도 소나무님은 기초체력으로 잘
버티고 앞으로 가는데 전 공부하느라(????)넘 체력을
빼았겼는지 더이상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고 너무
고통스러워 눈물이 나더군여. 이곳에 온 것을 후회도 하면서...
그래도 누군가의 간절함이 있길래 포기하지 못하고 천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을 무겁게 옮겼지여.
동굴 밖부터는 평지였는데 스파이크라고 하나(??) 그런게
있을까봐 겁이나더라구여. 그속에 빠지면 영원히 천지에서
잠을 자야하니까여. 사실 그곳엔 그런것 원래 없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더라구여.
주변이 온통 눈밖에 보이지 않는 평지를 한참을
걷다보니 드뎌,,,천지가 나타나더군여.
천지는 밖에서부터 서서히 얼어가기 시작하고 있었져.
겨울에도 얼지않구 여름에도 항상 영하의 온도라 들었는데
얼어가구 있더라구여.
구름과 눈바람으로 덮여있는 천지를 잠시 바라보며
아무도 살지않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사진 한장 찍고 다시 하산을 준비했져.
카메라가 얼어서 필름은 돌아가지 않기에 그나마 눈으로
볼 수있는 천지 주변의 설경도 담지 못하고 눈으로만
마음으로만 새기며...
몸은 힘들어도 아름다웠지여, 겁도 났지여.
겉으로 들어난 백설의 아름다움속에 감추어진 것들에
두려움을 느꼈지여. 누구나 사람의 속에는 검은 것들이
있으니까여. 내가 걸어야 할 그 길들은 아름답게 포장된
것이 아닌, 눈 속에 감추어진 험한 산들이니까여.
그래도 희망이 있어 사는 것 아닐까여.
천지를 향해 그렇게 고생하며 산을 올랐듯이....
........
하산길은 춥고 힘들었지만 놀이공원에 간듯했져.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렇게 마음이 가벼워지는가 보내여.
오던길 다시 돌아보니 흔적이 없어서 새로운 출발을 하며
눈덮인 고원평지를 통과하구 동굴을 통과하고 경사가 80도가
넘는 산비탈을 셋이서 한줄로 앉아서 썰메를 타고 내려왔져.
역시 소나무님은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자꾸만 대열을 이탈해
아래로 구르려 하더군여. 경사가 워낙 심해서 이곳에서 한 번
구르면 커다란 사고가 나겠더라구여. 역시 위험속에서의
스릴은 짜릿한가봅니다.
손은 이미 나무토막이 되고 얼굴과 귀는 꽁꽁얼어서 황색으로
변했지만,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것 같은 기분은 그 무었과도 바꿀
수 없었져. 지금도 그 순간들은 내 속에 그대로 남아
앞으로 살아야 할 날들에 힘을 주는 듯 합니다.
.........
얼굴과 귀는 동상으로 인한 검은 딱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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